유동자산 100조원…주식·부동산 유입?

1. 서론

경제를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유동자산의 흐름을 알아야 하는데요. 요즘 초과 저축에 대한 이슈가 뒤늦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닥쳤지만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 자금이 재테크 수단인 주식과 부동산에 쏠리면서 주식과 부동산이 비정상적으로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금리시대에 양적 완화로 인한 유동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앤데믹 이후에는 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오르고 물가가 뛰면서 경기는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 또는 빙하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얼어붙었습니다. 더구나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주식담보 대출로 돈을 끌어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악’소리가 날 정도로 멘붕에 빠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금리는 제로 금리 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돈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3분기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나오던 경기 회복에 대한 기사들이 최근에는 앞다퉈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주식에서는 에코프로 등 2차 전지주에 개미들이 쏠리며 랠리를 타다 최근 주춤한 상태지만 아직도 주식 열기는 그대로 입니다. 부동산은 서울 민간 분양 아파트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부동산 활황기 때 처럼 치솟고 있고 아파트 매매에서는 신고가를 찍는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말 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착시 현상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저축, 즉 유동자산 100조 초과에 대한 한국은행의 리포트를 살펴보겠습니다. 글을 거의 다 읽을 때 쯤 여러분들은 현재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은행 표지석. 까만 돌 앞에 한국은행이라는 이름이 금색으로 붙어있음. 표지석 뒤에는 한국은행 건물이 보임.

2. 팬데믹 이후 가계 유동자산 100조원

얼마 전 참 재미 있는 리포트를 발견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인데도 LG엔솔 등 2차 전지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 랠리에 올라타 상당한 수익을 냈습니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도 의외의 행보를 내딛고 있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아직 시장 경제가 위기인데 주식과 부동산이 활황세다? 원인이 무얼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참에 한국은행 리포트를 발견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스마트한 집단에서 내놓은 리포트니 신뢰도가 높았습니다.

리포트의 제목은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 저축 분석 및 평가’입니다. 리포트 제목이 좀 밋밋한데 ‘유동자산 100조원’ 처럼 바꾸면 훨씬 이해가 쉽겠죠. 아무튼 리포트를 조금씩 톺아 보겠습니다.

2.1 국내 경제 상황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후 큰 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양호하고 주택가격
조정폭도 과거 위기 때 보다 크지 않은 상황으로 한국은행은 파악했습니다. 이같이 분석한 이유 중 하나는 누적된 가계의 초과저축 때문입니다.

2.2 유동자산 100조원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가계에 축적된 초과저축 규모는 101~129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가계 저축률은 팬데믹 이후(2020~22년) 평균 10.7%로 크 게 높아졌는데 미 연준 등의 방식을 원용해 추정해 보면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초과 저축, 즉 유동자산 규모는 101조~129조원 정도로 추산됐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초과저축액 규모를 나타내는 인포그래픽. 세로의 단위는 조원이며 가로의 단위는 연도임. 초과저축액 추정치가 101조원이라는 설명이 있음.

리포트를 쓴 저자는 주요국과 비교해 볼 경우,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초과 저축 누증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는데요. 현재 미국의 경우 초과 저축 일부가 소비재원으로 이용되면서 초과저축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유로지역은 초과 저축이 지
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과 미국, 유로지역의 초과저축 추정액을 나타내는 인포그래픽. 한국과 유로지역은 초과저축 추정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이 막대 그래프로 표시되고 있음.

2.3 고소득층 유동자산 주목해야 하는 이유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이 나오는데요. 저자는 “초과저축을 소득계층별로 구분해 보면 초과 저축이 전 계층에서 확대된 가운데 고소득층에서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여러분들도 간파하셨겠지만 고소득층에서 초과 저축 즉 유동자산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는 부분을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부자들이 유동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겁니다.

저자는 현상과 원인에 대해 설명했지만 고소득층의 초과 저축액, 즉 유동자산을 좀 더 직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주식이나 부동산이 갑자기 뜨거워 진 이유가 유동자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 봤습니다. 특히 요즘 부동산 시장이 고가 아파트 위주로 경기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약 시장에서도 고가 위주의 강남권 아파트들이 수십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고 수만명이 몰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동대문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의 1순위 경쟁률이 79대 1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지방에서는 일부는 청약에 성공을 하고 일부는 미분양으로 남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고가 아파트 시장만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신고가를 기록한 아파트를 봐도 서울 강남권에서 주로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16일 발표한 전국 아파트 신고가 신저가 통계를 살펴보면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강남구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반면 지방은 다행히도 하락폭이 좁혀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침체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최근에 나타나는 주식과 부동산 열기는 대부분 고소득층 때문인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타나는 현상들은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착시 현상일 수 있습니다. 고소득층 일부의 투자 열기가 전 국민의 투자 열기로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3. 유동자산 증가 요인

저자는 우리나라 초과 저축의 증가 원인을 소득과 소비요인으로 구분했는데요. 팬데믹 직후에는 소비 감소 때문에, 지난해에는 소득 증가 때문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팬데믹 초기인 2020~21년 중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소비 감소가 초과 저축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구요. 2022년 중에는 경기 회복으로 인한 고용 호조, 임금 상승과 함께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초과 저축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 가계소득 증감률을 나타내는 인포그래픽임. 가계 소득의 종류로 이전소득, 재산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경상소득 등이 표시돼 있음.

4. 유동자산, 빚 갚는 대신 재테크 투자 중

가계는 축적된 저축을 소비재원으로 활용하거나 부채 상환 및 자산 취득에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 가계가 초과저축을 추가적인 소비재원으로 활용한 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용 호조와 정부 지원 등으로 소득 여건이 양호했기 때문으로 판단했습니다.

부채상환에 사용된 초과 저축 금액도 크지 않아 보입니다. 금리상승으로 부채상환 유인이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과 유로지역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이후 낮아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팬데믹 기간 중 높아진 이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2020~22년 중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우리 가계가 유동자산을 부채 상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금융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계소득과 가계지출을 표시한 인포그래픽. 가계지출은 2020년 1분기 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가계소득은 가계지출보다 낮아 초과 저축을 부채 상환에 쓰고 있지 않다는 분석임.

유동자산을 부채 상환에 쓰지 않고 금융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은 부채가 있든 없든 저축 통장에 수 천만원, 수 억원이 있다면 그대로 통장에 묵혀둘까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금융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저축은 또다시 재테크를 위해 투자처를 찾고 있을 겁니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에 돈이 몰리고 있는 현상과 같은 이유일 겁니다.

저자도 소비와 부채상환에 사용되지 않은 가계의 유동자산은 주로 예금, 주식 등 유동성이 높은 금융 자산의 형태로 보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5. 결론 및 시사점

팬데믹 기간 중 우리나라 가계는 100조원 이상 의 초과저축을 축적한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2020~2222년 우리나라 가계가 축적한 초과저축 규모는 명목GDP의 4.7~6.0% 수준인 101조~129조원 수준 인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또 가계는 이러한 유동자산을 부채 상환에 이용하기 보다는 유동성이 높은 금융 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가계가 실물 및 금융 상황의 높은 불확실 성으로 인해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태도를 견지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과 저축이 유동성이 높은 금융 자산으로 축적되어 있고 여건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저자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리포트를 마무리 했지만 필자는 최근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이유가 초과 저축으로 쌓은 유동자산이 높은 금융 자산이 이미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보내고 있는 여러 시그널들이 이 같은 추정을 가능케 합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청약 경쟁률, 신고가 기록 등의 신호는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 더구나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전 계층에서 일어난다고 보기 보다는 고소득층, 즉 부자들 사이에서 열풍이 부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착시 현상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도 정확한 분석 없이 덩달아 시장에 뛰어들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대 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 유동자산이 대출과 함께 주택 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 안정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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